소설

죽음의 신은 언제나 유혹한다.(1)

사막의 지배자 2010. 9. 10. 23:22
알지 못했다. 그가 숨쉬고 살아있다는 것을.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죽음의 신은 살아있다. 너무나 선명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통에 나는 그가 진짜 죽음을 부르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차분한 모습으로 서서 나를 바라봤다. 차가움에 얼어붙지도 공포에 떨지도 않았다. 그의 모습은 그저 편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저 지나쳤다면 인상좋은 사람. 기억속에 성별도 모를 그런 무의미한 얼굴이었다.

어째뜬 그는 남자의 복장을 했으니 남자로 보기로 했다. 질문 거리는 준비하지 못했다. 사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시간이 주어진대도 무슨 질문을 할지 생각할 수 없었다. 무슨말을 하겠는가? 도무지 물을 말을 몰라 나는 그의 옆에 서서 멀뚱 멀뚱 기차 레일만 바라보았다. 달리 볼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흘러야 했다. 이윽고,

"안녕하세요."

그의 말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메마르고 가는 말소리는 꽤나 친근한 말투였다. 드디어 나는 그와 첫 마디를 하게 되었다.

"네,안녕하세요."

처음 본 사람을 대하듯 인사를 하는 것 뿐.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저는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당신도 이미 아시고 계시죠?"

사실 아무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데리러 온 것이다.

"아 물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가기 싫다면 안가도 상관 없습니다. 걱정할 필요도 없구요."

묘한 느낌. 강요 하지않는다는 말. 이미 나는 빠져 들고 있었다. 진부하던 사신의 이미지와 달라서였을까? 나는 쉽게 그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곧장 따라가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내 마음 한 곳을 울리고 있었다. '왜? 나를 데려 가야 하는가?' 나는 그리 죽고 싶지않은데.

"궁금증이 많으시겠지요. 우선은 '왜 나인가?' 에대한 궁금증이 크시겠지요. '잘 살고 있는 사람한테 이 무슨 장난인가?' 하고 말이죠. 맞습니다. 당신은 매우 잘 살고 있습니다. 사실 풍족한 삶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고 계시지요. 급할 일도 없고 힘든 일도 없지요.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분명 이 차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삶에 만족하면서도 나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말이죠."

사실이다. 나는 당혹스럽게도 그의 말에 끌리고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곳에 미련 따위는 이미 없다. 가족도 사랑도 그저 하찮게 느껴졌다. 그런 내 자신이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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