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여러 갈래라고 그렇게 노래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래서 나는 항상 다른 길들이 있다고 조언을 했었다. 약간은 멋진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들을 하고 있으면 내가 마치 세상을 잘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습게도 나는 하나의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며 아파하는 사람이다. 계절이 변하는 순간에도 하루 종일 앓거나 힘들어하며,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너무 큰 상실감을 느끼고 화를 내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인 걸 알면서도 다른 길들이 있다며 나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했다.
그건 아마도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말로 위로할 수 없다. 누군가 힘들어 할 때, 그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은 그저 같이 있어주고 믿어주는 것뿐일 것이다. 다른 길들이 있다는 말은 그 사람이 지금껏 해온 일들을 부정하는 행동일 뿐이다. 결국 넌 실패한 거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은 안타깝게도 변한다. 10대의 나는 이런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뭔가 멋진 일을 멋지게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뭐 그래도 난 나를 좋아한다. 그건 분명하다. 예전의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나는 이제 나를 사랑하고 좋아한다.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런 변화가 이렇게 다가오게 된 것은 아마도 내 곁에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나이가 이제는 젊지 않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원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젊은 사람도 아닌 것이다. 나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이런 느낌이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생각보다 싫지 않고, 생각보다 즐겁지 않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지만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아마도 딱 맞는 지금의 나의 모습에 어울리는 그런 느낌. 그것이리라. 젊은 시절 그저 절망으로 나를 향한 분노와 후회가 넘쳤을 때, 나는 이렇게 안정적인 나를 생각할 수 없었다.
변한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있다. 힘들고, 짜증도 날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내 삶의 길이 변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온 길을 부정하지 않아도, 나는 잘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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