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언젠가 어른이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른이 된다. 부모에게는 언제나 아이일지라도 그 아이는 언젠가 어른이 된다. 나의 아이도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오늘 10시간을 왕복하며 엄마를 보러 다녀왔다. 자신이 아픈 걸 숨기다가 이제야 말하고는 실없이 웃더랬다. 나는 화가 났고, 지금도 화가 난다. 같이 있던 아버지에게 화를 냈다. 자식한테 꼭 숨겨야 하는 거냐고. 물론 안다. 자식이 알면 뛰어 내려올까봐 일하느라 바쁜데 방해할까봐 그랬으리라.
코로나로 고작 5분도 보질 못했다. 병원 로비도 아닌 입구에서 잠시 잠깐 금식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힘 하나 없는 엄마를 보고 맘이 무너졌다. 아버지는 엄마를 병실로 데려다 주고 나와 같이 밥을 먹었다. 아버지에게 역정을 내었다. 어쩜 그러느냐고. 아들한테도 숨기면 어쩌느냐고. 못난 아들은 밥만 먹고 돈을 조금 찔러주고 부랴부랴 또 차를 올라탔다. 돌아오면서 나의 부모를 생각하다가, 다시 우리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다가 또 다시 엄마를 생각했다.
그래.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다. 엄마에게 아버지에게 아직도 아이로 보일 내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 엄마를 다른 병원에 모셔야 하나 고민을 하고, 돈을 생각하고, 또 큰 병에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다. 언젠가 우리의 아이가 나의 아이가 나이가 들어 나에게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떨까? 그런 걱정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처음 생각이지만 아마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듬직하면서도 씁쓸할 것 같다. 더이상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 어쩌나, 아니 그보다 내가 짐이 되면 어쩌나.
운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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